* 책을 읽으면서 필요한 부분에 대해 메모를 했는데 생각보다 엄청 길어졌다. 필요할 때마다 읽어볼 생각이다. 본인이 수줍음이 많다면 참고해도 좋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다르더라도 문제의 뿌리는 하나다. 바로 자신의 수줍음에 맞서 싸우는데 실패한 것이다. 수줍음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뿐만 아니라 자신의 삶 자체와의 관계 속에서 그 모습을 드러낸다.
부당하게도, 수줍음은 질병에 가깝다고 생각되어왔다. 하지만 수줍음은 인간이 가진 가장 보편적인 특징이다. 수줍은 그것이 금지된 감정으로 치부될 때 더욱 명확하게 드러나버린다.
수줍음에는 온화함이 숨어있다. 따라서 수줍음과 온화함은 거의 공존한다고 할 수 있다.
수줍음이 온화함에서 쉽게 엇나가버리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수줍음은 전면에 드러나는 경우, 일종의 수치심의 형태를 띠게 된다. 이렇게 되면 수줍음은 온통 부정적으로 변해서 죄책감과 비슷하게 느껴진다.
발린트의 주장은 이렇다.
이런 기본적 결함의 기원을 추적해 보면, 인간의 형성기인 생후 2년 또는 심지어 생후 몇 개월 동안 필요한 보살핌을 받지 못했던 경험에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런 경험이 결핍 상태를 초래하는데, 이런 상태는 단지 부분적으로만 원상으로 복구할 수 있다. 개인이 꽤나 훌륭하게 적응을 하더라도, 그 사람이 겪었던 최초 경험의 흔적은 그대로 남아서 개인의 기질, 개성, 또는 성격 형성에 개입한다.
발린트는 기본적 결함의 기원을 궁극적으로 아동의 필요와 보살핌(물질적 보살핌과 심리적 보살핌) 사이의 불일치에 둔다. 즉 필요한 만큼 관심과 사랑을 받지 못했을 때 기본적 결함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 단계에서 다른 사람과의 관계, 특히 부모와의 관계가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부모가 보여주는 태도에 따라 어린 자녀의 성격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회 속에서 자신이 중요한 역할을 차지할 수 있고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고 느끼거나, 이와는 정반대로 자신이 방치되고 있고 버림받아 마땅하다고 느끼게 된다. 청소년으로서 또는 성인으로서 경험하게 될 열등감, 자신이 부적절한 존재이고 실패자라는 느낌을 갖게 하는 메커니즘이 형성되는 때가 바로 정확히 이 시기이다.
아이가 부모가 원하는 것을 주지 않을 때 '부모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다'라는 생각.
-> 엄마와 아빠가 내 필요를 채워주지 않는 것은, 내 모습이 엄마 아빠가 원하는 모습이 아니기 때문이고, 나에게 결점이 있기 때문이고, 나에게 무언가가 부족해서 내게 관심을 기울이고 싶지 않기 때문이야. (무의식적)
-> 결국 부모의 몫이었던 책임은 사라지고, 아기를 괴롭혔던 부족한 보살핌에 대한 책임은 아기 자신에게 돌아온다.
-> 스스로를 부적절한 결함이 있는 존재로 생각.
-> "원초적 결함"
죄책감과 수치심은 (전적으로 그렇다고 할 수는 없지만) 수줍음의 근본적인 특징이다.
억제된 성적 충동, 기대치만큼 유능하지 못한 데 따른 죄책감, 사랑에 대한 욕구, 이상적인 모습과 연관 지어 발생하는 부적절한 존재라는 의식, 좌절된 자아도취증 등의 요소들이 혼합되고, 이후에 사회의 엄격한 요구로 마음의 동요가 발생할 때 사람들은 수줍음을 느끼게 된다.
또한 수줍은 사람들은 실망을 겪을까 봐 걱정한 나머지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다른 사람의 인정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행동에 전념하는 경향이 있다.
플로민, 아이젱크, 부스 같은 학자들의 이론에 따르면, 기질의 유형은 두뇌 속 화학물질에 의해 좌우될 뿐만 아니라 유전적으로 이미 결정되어 있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사람들이 고통과 불쾌함을 경험하는 원인이 바로 자신의 염색체에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수줍음은 언제나 불안정함을 야기해서 때로 자신을 마비시킬 수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거대한 위업을 성취하도록 부추긴다. 그러나 높은 평판과 신뢰를 만끽할 수 있을 때조차도, 수단을 가리지 않고 자신의 지위를 유지하고 발전시켜야 한다는 욕망이 점점 더 커질 수 있다.
유명하든, 권력을 가졌든, 아니면 평범한 시민이든, '의외로 수줍은 사람들'은 자신의 수줍음을 들키지 않은 채 최대한 그것을 이용해서 자신의 가능성을 발전시킨 사람들이다.
1. 예스맨
예스맨들은 무엇보다도 자신이 뭘 원하는지 밝히기 힘들어하고, "아니요"라고 말할 수 없다. 자기 의견의 정당성을 확신하지 못하기 때문에 견해를 고수하지 않거나 이를 두고 논쟁을 벌이지 않는다.
이들은 자신의 주장을 확신하는 사람과의 불쾌한 만남이 끝나고 나면, 자신의 생각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다는 점을 괴로워하는 동시에 상대방에게 나쁜 인상을 남겼을까 봐 두려워한다. (이는 분명히 수줍음을 악화시킨다.)
예스맨들은 모든 사람을 기쁘게 해주려는 이상을 추구해서,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과 사이좋은 관계를 유지하려 한다. 이런 시도가 언제나 자기부정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고려해 볼 때, 이는 위험천만한 일이다.
물론 이런 상황을 피하려면 무엇보다 자신의 필요와 권리와 욕구에 최우선 순위를 두어야 한다. 그리고 비난받고 배척당할지 모른다는 자신의 불안과 두려움에 맞서야 한다.
절대 "아니요"라고 말하지 않는 태도는 자신의 비밀을 하나도 노출시키지 않으려는 비밀 유지의 한 방식이다. (생략) "아니요":라고 대답한다면 사람들은 그렇게 대답한 까닭을 물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자신의 감춰진 세계가 드러나는 상황이 조성된다. 수줍은 사람들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려 애쓰는 것은 바로 이런 까닭에서다. 수줍은 사람들은 자신이 선호하는 것, 자신의 필요와 의견을 다른 사람에게 표현하는 것을 어려워한다.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남에게 노출되기 때문이다.
2. 회피하는 사람
이 책에 따르면, 회피성 인격 장애는 자신이 부적절한 존재라 느끼고, 초기 성인기에 나타나는 부정적인 인식에 지나치게 민감하면서, 지나친 사회관계 억제가 광범위하게 나타난다.
회피자들은 가정과 친근한 주위 환경의 보호 없이 스스로 표류한다. 이들은 수줍음이 자기 존재의 여러 측면에 스며들어가 행동의 자유와 감정의 자유를 속박하는 수준까지 다다른다. 즉 회피자들은 일종의 새장에 갇혀 있다. (생략) 정작 무의식적으로 그 새장을 지은 사람이 자신이란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다. 회피자들은 자신의 가치를 심하게 떨어드리고 짓밟고 남의 눈에 띄지 않게 억눌러서, 더 이상 다른 사람 속에서 살아가기 위한 보상적인 전략도 갖추지 못한다. 회피자는 자신에게 엄청난 제한과 억제를 부과한다.
수치심을 느끼거나 놀림을 받는 것이 두려운 나머지 아주 좁고 친근한 관계 영역 이내로만 자신을 구속한다.
2-1. 인간 혐오자.
'인간 혐오자'는 가능한 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사회 접촉을 회피하기 시작했다. 심지어는 자유로운 휴식시간에 이뤄지는 스포츠나 정치, 여자에 대한 동료와의 대화에도 절대 끼지 않았다. 뭔가 어리석은 말을 해서 동료들의 웃음거리가 될까 봐 두려워서 자기 견해를 절대 말할 수 없었다.
'인간 혐오자'와 같은 회피자들은, 자신이 부적절한 존재라는 어린 시절의 인식이 성인기에 엄습하면서 불안감을 느낀다. 이들은 세상을 멀찍이 둬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느낀다. (생략) 그들에게 세상은 비판적이고 가혹한 심판자로 가득 찬 곳이다. 회피자들은 자신이 사랑 받고 있다고 느낄 때만 껍질 밖으로 나와 자신을 열어 보일 수 있다. '인간 혐오자'에게 일어났던 현상과 마찬가지로, 문제의 상당 부분을 해결할 수 있는 강력한 치료제는 '사랑'이다. 그러나 사랑을 받아들이는 데 방해가 되는 장애물을 극복하는 것이 먼저다.
회피자들은 힘들겠지만, 타인의 사랑을 기꺼이 받아들일 준비를 해야 한다. 그들은 숨 쉬는 공기보다도 더욱 사랑이 필요하다. 자기 불만, 자존심의 결핍 따위에 시달리는 그들이 자신을 사랑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도 자신을 사랑해야 하는 것은 자신을 사랑해야 다른 사람의 사랑도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모든 사물과 모든 사람에 대해 전부 알고 싶어 한다. 그래야 어떤 사람을 만나든지, 어떤 상황에 직면하든지, 발생 가능한 온갖 위험에 대해 자신을 준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3. 공포증을 가진 사람
공포증은 명백한 동기가 없다는 점에서 두려움과 다르다. (생략) 공포증의 인과관계를 합리적으로 설명하는 방법은 없다. 다만 그것을 유발하는 환경과 자극을 피하는 방법만 존재한다.
모든 공포증 가운데서도 소위 '사회 공포증'은 가장 치명적이고 사람을 가장 쇠약하게 만든다. 또한 ;회피성 인격 장애'의 가장 극단적인 단계이다. 사회 공포증은 수줍음이 야기하는 증상과 행동 패턴이 상당히 확대된 상태인데, 이런 공포증에 직면하면 자신을 고립시키고 칩거하는 것 외에는 자신을 구제할 수 있는 전략도 없고, 증상을 억제할 장치도 없다.
* 증상
- 낯설거나 다른 사람의 인정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경험하는 뚜렷하고 지속적인 두려움
- 두려운 사회적 상황에서 과도하고 비이성적으로 느껴지는 불안감
- 불쾌감, 불안, 잠재적으로 위협적인 상황을 피하기 위한 자신의 전략이 일상생활과 사회적 관계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경우
사회공포증은 암울한 기분과 알코올 남용을 동반하기 때문에 환자들의 과반수는 대부분 치료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않는다.
낯선 사람을 마주했을 때 위협적 당혹감을 느끼기 시작한 것은 그가 막 스무 살을 넘기면서였다. 그는 항상 무언가 트집을 잡거나 자신을 질책했다. 막연하고 괴로운 기분은 빠르게 확대되어 다른 사람에 대한 철저한 두려움으로 변했다. 그는 다른 사람의 인정을 받지 못할까 봐 두려웠고,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비난할지도 모른다고 느꼈다. 그는 다른 사람의 웃음거리가 되는 것이 너무나 두려워서 사람을 피하기 시작했다. 결국 그는 대학을 그만두어야 했다. (생략) '술꾼'은 같은 문제로 고통받는 다수의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두려움이 참을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지만, 그 자체만으로는 타인에게도움을 청할 만한 것이 된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사회 공포증이 수줍음의 한 형태라는 점을 깨닫는다면, 이렇듯 자신의 엄청난 불안을 방치한 까닭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강한 수줍음에 시달리는 사람들은 증상이 매우 심각한 경우에도 다양한 전략을 사용해 필사적으로 문제를 숨기려 한다.
수줍음이라 부르는 성격적 특징이 너무나 심각한 병리 증상으로 악화되는 것은 바로 자신의 약점을 감추려 시도하기 때문이다.
4. 공황장애
수줍음의 진화 사슬을 구성하는 마지막 연결고리는 '공황장애'다. 이 위험한 현상은 우울한 기분에서 초래되는 경우가 많고, 마음과 신체 모두에 큰 영향을 미친다. 사회공포증과는 달리 증상을 다룰 때 당사자의 경험을 활용할 수 없다. 동기가 되는 사건이나 상황이 증상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긴장감이 억제할 수 없이 자신을 짓누르는 가운데 가까스로 집에 돌아왔다. 아내가 집에서 가장 가까운 병원으로 그를 데리고 가서야 겨우 진정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증상을 겪은 데 따른 그의 공포는 계속되었다. (생략) 자주 그렇듯이 '젊은사업가'는 특정 약물 치료법에 신속하게, 거의 기적에 가까울 정도로 반응했다.
그는 치료에 전념했지만, 불시에 자신을 기습했던 증상들을 해결할 열쇠를 찾기 위해서는 자신이 원래 가지고 있던 수줍음의 본질을 드러내야 했다.
그러나 가장 심각한 문제는 소위 '사전 불안'에 의해 유발되는 경우인데, 여기서 '사전 불안'이란 공황 장애를 앓는 사람이 자신의 증상이 재발할까 봐, 두려워할 만한 상황에 직면했을 때 발생하는 불안 상태를 뜻한다. 고립을 자초하고 행동의 자유를 구속하게 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 병리적인 상태에서, 환자는 계획과 변화에 대한 두려움을 갖게 된다. (생략) 일련의 상반된 감정을 동반하여 느끼게 된다.
그래서 광장은 이때 광장은 정확하게는 권력의 상징이자, 상위의 지배적인 규범을 뜻한다. (생략) 너무나 위풍당당해서 상대적으로 자신은 하찮은 존재이고, 무방비 상태에 고립되어 있다는 느낌을 갖게 하는 장소였다. 광장의 역할은 시간이 흐르면서 변했지만 여전히 사회화의 장소이다.
광장 공포증이 나타나는데 실질적인 광장이 있어야 할 필요는 없다. (생략) 그런 장소는 상징적인 특징을 가지며 종종 공황 발작을 수반하는 불안과 두려움을 유발한다.
사회공포증에서의 두려움이 비판과 까다로운 관심에 대한 두려움인 반면, 광장 공포증에서의 두려움은 (생략) 자기 내면의 신호에 지나치게 민감해서 정신을 잃을까 두려워하거나 신체적으로 완전히 무능력해질까봐 두려워한다.
수줍은 사람들은 수줍음이 심리적이고 신체적인 증상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견디기 힘든 순간들을 겪게 된다.(생략) 그들은 자신을 감추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한다. 외출을 할 때도 자신의 진정한 정체성은 집에 남겨둔다.
수줍은 사람들은 자신의 의견에 자신이 없고 정체성과 권위의식도 극히 미약하다.
그들은 자신의 결점을 묘사할 때는 과장하고, 장점을 묘사할 때는 최소화한다.
하지만 문제는 다른 사람의 잘못을 수줍은 사람이 대신 감내하는 겨우가 많다는 점이다. 이런 경험을 통해 그들은 자신이 부적절한 존재라고 인식하게 된다.
수줍음에 대처하는 방식에 따라 결과는 여러 가지로 나타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반동적이고 병적일 수도 있다. 수줍은 사람들은 사회적 필수조건이라 생각되는 자질, 즉 야심만만하고, 적극적이고, 훤칠한 외모에 날씬하고, 근육질이면서, 부자여야만 하는 조건을 인위적으로 갖추기 위해 노력할 가능성이 있다. 또는 이와 달리 그저 모든 것을 포기하면서 수줍음의 극단적 병리 현상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
이 두 가지 길을 택하지 않은 사람들은 허세를 부리기 위한 방어용 장치를 개발하게 된다. 어차피 얼굴을 내밀어야 한다면, 자신의 진정한 얼굴 대신에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얼굴을 내밀겠다는 것이다.
보형물
수적으로 가장 많으면서도 가장 눈에 띄지 않고, 교묘하게 위장된 보형물이 있다. 그것은 바로 심리적 보형물이다. 때로는 착용하고 있는 사람들조차도 착용했다는 사실을 의식하지 못할 정도다.
보형물은 심리적으로 치러야 할 대가다. 스트레스 정도에 따라 적절한 가격이 매겨져있다.
사용 초기에는 비용이 저렴한 것 같으나 불어난 이자가 수줍은 사람을 지치게 하고 관계에 상처를 만들어낸다.
보형물이 자신의 본래 모습과 괴리될수록 더욱 그렇다.
어떤 경우든 나중에 대가를 치러야 한다. 보형물은 허상이며, 아무리 잘 만들어졌다고 해도 자신의 진정한 표현방식이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기를 가장 어렵게 만드는 것은 바로 자연스럽고 자 하는 욕망이다."
_프랑수아 드 라로슈푸코
개발된 보형물은 핸드북을 사용하거나 훈련 과정을 거쳐 학습된 성향의 결과이다. 이런 보형물은 일반적 지식으로는 흥미를 끌지만 깊이가 없다. 개인 특유의 개성이 고려되지 않기 때문이다.
= 세미나에서 가르침, 암기한 수줍음 극복 방법 열 가지, 전문가의 특별한 조언, 인터넷에서 만남 등.
한편 자연발생적인 보형물은, 때때로 수줍음이 이끌어내는 일종의 창조적인 충동에 좌우된다.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말을 하는 행동, 잘 하고 있다는 생각. 잠재의식.
인위적인 보형물로 통한 불쾌감은 무의식이라 발견하기 어렵다.
1. 인위적인 보형물.
'호색한'은 사실 이런 상황이 처음은 아니라고 말했다. 어려움에 부딪히거나, 일이나 가족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할까 봐 두려울 때면 보형물이 작동하기 시작했다. 그는 자신의 관심이 되돌아오는지 알아볼 의도를 숨긴 채 다른 여성에게 관심을 돌리곤 했다. 하지만 일단 여성의 관심을 차지하고 나면 그 여성에 대한 흥미는 순식간에 사라지고, 그때부터 그의 유일한 목표는 가능한 한 신속하게 발을 빼는 것이었다. 그때 그가 하고 싶은 일이란, 결코 만족감을 느낄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 안도감을 느낄 수 있는 가정으로 돌아오는 것이었다. (생략) 보형물을 통해 느꼈던 만족감은 덧없는 것이었고 결국 불만만이 남았다. 이따금씩 자신의 가치를 증명할 만한 보형물을 찾을 필요를 느꼈지만 스스로 찾기는 불가능했다. (생략) '호색한'은 자신에 대한 여성들의 인식과 여성을 유혹하는 힘을 통해 보형물을 구축했다.
그는 사건의 인과관계를 명확히 인식하는 방법을 배워야 했다. 그래서 긍정적인 결과는 우연이나 행운의 산물이고 부정적인 결과는 자신의 실수와 능력 부족 때문이라는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야 했다.
'호색한'의 경우는 수줍은 사람들이 자신의 자부심 결여에 따른 고통을 줄이거나 보상하기 위해 어떤 행동을 하는지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 건강한 보형물은 생산적이고 창의적이다.
노력하며 자신의 최상의 모습을 보여주려는 태도.
무엇보다도, 자신의 수줍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태도는 건강하다.
('의외로 수줍은 사람'들이 주로 사용하는 보형물. 진취적인 사람들.)
- 병적인 보형물은 병적인 행동 패턴과 증상을 낳는다
=> 마약, 약물 중독. 알코올 남용, 섭식장애 등.
모든 형태의 보형물에는 대가가 따른다. 그 대가는 때로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크다. 어떤 경우이든, 보형물은 진정한 본질로부터 자신을 고립시키기 때문에 예외 없이 일정한 부작용을 일으킨다.
2. 응접실 보형물.
나는 '생물학자'와의 첫 상담 시간을 정했고, 그녀는 약속 시간에 딱 맞춰 도착했다. 그녀는 활달하게 웃으며 자신을 소개했고, 첫 상담에 임하는 여느 환자들보다 자신만만해 보였다. (생략) 그녀는 나를 만나러 온 까닭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지만, 내가 그녀의 거침없는 말 사이사이에 조심스럽게 끼어들 때면 어김없이 보호막을 치는 것으로 미루어 내용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그때마다 그녀는 정신과 의사의 상담을 요청했던 자신의 결정을 조롱하고 빈정대는 말을 몇 마디 내비쳤다. (생략) 그녀는 자신이 유쾌하고 재미있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생각에 집착해서 결코 자기 모습을 남에게 보일 수 없었다. 그리고 자신의 여성스러움을 표현할 수도 없었다.
그녀 자신이 강박적으로 취해온 행동과 응접실 보형물이, 결과적으로는 다른 사람에게 자신을 알리지 못하고, 자신이 가진 훌륭한 자질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선 나는 자신의 자질과 결함을 인정하지 못하는 증상을 치료하려 노력했다.
생물학자의 경우에서처럼 응접실 보형물은 다른 사람과 모인 자리에서의 행동 패턴에서 분명히 드러난다. 친구 집에서 저녁 시간을 함께 보낼 때, 그곳에 모인 손님 중 한 사람이 자신의 이야기를 늘어놓고 농담을 하면서 좌중을 압도하느라, 정작 다른 사람들은 그 사람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 종종 일어난다. 얼마 동안 사람들은 그 사람이 쾌활하고 외향적이라 생각하겠지만, 이내 지나치게 주제넘다는 느낌이 들고, 진정을 자신을 표현할 시간이나 공간을 찾지 못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이들은 수줍음을 타고, 다른 사람을 만나는 일을 두려워하고, 자신과 다른 사람의 관계가 알려질까 봐 겁을 낸다. 이런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관심을 받기는 하지만, 자신의 모습이 드러날 위험이 있는 직접적인 관련성을 회피한다. 자기 모습이 드러나는 것은 일반적으로 사소한 일이지만, 수줍은 사람들은 그것을 자신의 결함이 폭로되는 상황으로 인식된다.
과장과 자기도취라는 보형물 뒤에는 반드시 무언가가 숨겨져 있는 법이다.
3. 공격적인 논쟁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보형물.
<자기과시자>
'자기과시자'는 준수한 외모의 소유자로 언제나 옷을 잘 갖춰 입었다. 계속해서 사람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자동차로 바꾸고 (생략) 그는 20대 초반을 넘지 않는 젊고 아름다운 아가씨들만 사귀었다. 그는 술집에서 친구에게 자신이 사귀는 여자들을 보여주며 과시하는 일을 즐겼다. 그는 돈 후안처럼 자신이 사귄 아가씨들의 이름으로 기다란 목록을 작성했다. 하지만 이런 놀이에도 서서히 시들해지면서 그는 지치고 낙담했다. 자신이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조차 더 이상 알 수가 없었다. 그는 자신이 이런 행동에 의존하고 있다고 느꼈다. 또한 사귀는 여성들이 지나치게 젊은 까닭은 자신과 다른 남성이 비교되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생략) 그가 항상 이런 식으로 자신을 표현해왔기 때문에 그의 진정한 모습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공격적인 성향의 논쟁자들은 이런 행동을 통해 자신을 위장하려는 목적을 달성하게 된다. 그리고 다른 사람이 자기 위에 군림하지 못했다는 환상을 가진다. 이들은 자신의 생각을 이런 방식으로 타인에게 충분히 보여준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자신의 내밀한 모습을 드러내는 위험한 상황을 피할 수 있었다고 무의식적으로 확신한다.
그가 항상 이런 식으로 자신을 표현해왔기 때문에 그의 진정한 모습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수줍음 때문에 스스로 자신의 모습을 보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자신의 모습을 보일 수 없었던 것이다.
그는 다른 사람들을 자신에 대한 감정가로 생각했다. 다른 사람들이 그의 가치를 판단해야 했고, 그러다 보니 그 가치는 외모를 통해서만 평가될 수 있었다. 이와 같은 의존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그는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배워야 했다.
대다수 사람들에게는 열심히 일해서 소득을 얻는 것 자체가 일종의 보형물이다. 단지 돈을 많이 벌고 싶다는 욕구 때문이 아니라 (생략) 일을 통해 성취할 수 있는 역할에 집착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승진을 하고 신망과 평판을 얻는 것은 보형물을 통해 얻은 것일지라도 최소한 단기적인 안정감과 만족감을 제공한다. '의외로 수줍은 사람'과 '회피자'의 경우도 여기에 해당한다. 이런 사람에게 최대의 장애물은, 열심히 일했는데도 합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성공한 사업가>
그는 매우 주저하다가 비밀을 엄격하게 지켜줄 것을 요구한 후에, 자신의 어려움에 털어놓았다. 그는 나름대로 지위와 명성을 획득했기 때문에 두려움도, 우유부단한 태도도 사라져버린 것 같았다. 그는 자신감이 있었고, 10대일 때 또래 아이들 틈에 끼여 겪어야 했던 두려움, 즉 다른 사람으로부터 비난받거나 조롱 받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으로부터 자유로운 것처럼 보였다. (생략) 하지만 그가 구축한 안전한 성채는 어린 시절 친구의 초대를 계기로 크게 흔들리게 된다. (생략) 모임이 있던 당일 저녁, 자신이 궁지에 몰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생략) 자신감이 여지없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그날 모였던 사람들은 좋은 교육을 받았고, 너 나 할 것 없이 학위를 소유했고, 그는 입도 뻥긋할 수 없거나 감히 끼어들 수도 없는 주제에 대해 너무나 유창하게 대화를 이어갔다. 그는 자기가 마치 물 밖에 나온 물고기 같다는 느낌이 들었고, 그토록 극복하고 싶었던 불안감과 수줍음이 불현듯 한꺼번에 밀려오는 것을 느꼈다.
'프로그래머'는 신중하기보다는 강박관념을 갖고 있어서, 치료 과정을 꼼꼼하게 점검하고 내가 지시한 방식대로 치료 과정이 진행되고 있는지 살폈다. 그는 행동 방식을 바꿀 필요가 있었다.
수줍음 사람들이 개방적으로 나오는 태도들.
-> 모든 사람들이 똑같은 행동을 해도 좋은 상황에 놓였을 뿐. 같은 목적을 소유한 집단에 속한 것, 이때의 행동은 외부로부터 승인을 받고 정당화된 것.
예를 들어, 축구 경기장에서 같이 응원, 처음 보는 사람들과 어떠한 계기로 술도 마시고 노는 행동은 병적인 보형물이다. (그들은 두렵고, 외로울 뿐만 아니라, 진정한 인간관계를 구축할 수 없기 때문에, 일정 정도의 공격성에 지배당한다.)
4. 미용보형물
자기 내부에서 해결될 수 없는 현상을 외부에 의탁하는 것은 현명하고 용기 있는 선택일 수 있지만, 동시에 매우 위험한 선택이기도 하다. ('의외로 수줍은 사람'또한 신체 구애받는다.)
이런 보형물을 사용하는 사람을 일반화시킬 수는 없다. 다만 (신체의 완벽함을 통해) 완벽한 자아를 만들려는 목적으로 외과의사의 메스에 자기 신체를 맡기는 사람들이 상당수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IAD(인터넷 중독 장애)를 겪는 사람들은 인터넷에 대해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구나 인터넷에 대해 말하고, 인터넷과 관련된 온갖 종류의 잡지나 책을 구입해서 읽음으로써 과도한 양의 자료를 입수한다. 과거에는 없었던 이 정신 의학 증후군의 가장 심각한 증상은 '진정한' 관계를 맺는 삶을 소홀히 한다는 점으로, 살아 숨 쉬는 동료와의 접촉을 멀리하게 만든다. (생략) 대화방에 들어가 다른 사람을 만나고 컴퓨터 화면 앞에 내내 앉아 있으려는 욕망 자체가 하나의 강박증이다.
수줍은 사람들은 자신의 정체가 드러나지 않는다고 확신할 수 있을 때라야 자신의 수줍음에 대해 말할 수 있다. 기계와 전화망에 의존해서 더 전통적인 형태의 보형물을 기술적인 보형물로 대체하는 것이다.
인터넷 중독자들은 알코올중독자들의 재활 그룹처럼 운영되는 가상 센터에 접촉할 수 있다. 유일한 차이점은 인터넷 중독의 경우 중독의 원인이 해독에도 사용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어쨌거나 그들은 '첨단 기술' 이라는 보형물의 중재를 통해 자유분방하게 자기 욕구를 표현했던 것이다.
사회가 젊은이에게 부과한 명령은 '성공'과 '성취'다.
이는 다른 사람을 누르고 승리하라는 뜻이고 지속적으로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향상시키라는 의미이다.
이는 재정적인 용어로 측정되는 성공을 뜻하고, 다양한 가면과 강박증을 동반한다.
(...생략.. ) 이런 방식으로, 성공한 사람 과실패한 사람 사이에 분명한 구별이 성립된다.
_비토리노 안드레올리
오늘날 젊은이들 :
-> 부모와 자식이 지나치게 장기간 함께 생활하는 경향 점차 증가.
-> 이유는 경제적인 측면.
오늘날 젊은이들은 상당한 수줍음을 갖고 있으며, '진짜 세상'에 진입하기 싫어한다. 그들은 요리, 세탁, 청소 그리고 무엇보다도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실질적인 필요를 대신 채워주는 부모님 집에서 편안히 지내며 보호받고 싶어 한다. 그래서 젊은이들은 자신의 감정적이고 심리적인 연약함을 보상할 대안을 찾는다.
그러므로 수줍은 젊은이들의 문제는 지속적으로 증폭될 수밖에 없다. 그들에게는 미래에 대한 인식이 없고, 현재는 종종 공허하고 불확실하다. 자신이 부적절한 존재라는 내면의 감정과 거부당할지 모른다는 두려움 등이 증폭되면서 수줍음의 감정이 찾아들고, 여기에 저항하기 위해 보형물을 찾으려는 절망적인 시도가 뒤따른다.
젊은이들이 겪는 수줍음의 극적인 형태에는 자학도 있다. (생략) 내면의 고독과 수줍음이 극단에 이르면 삶에 대한 도전 대신에 죽음을 불사하는 충동이 느껴진다. (생략) 냉소적으로 비아냥거리며 다른 사람의 결점을 강조함으로써 자신감을 가지려 할 수도 있다.
역할 모델, 기대, 욕구는 언제나 정신적 부담을 안겨주는 요인이다. 특히나 요즘은 안정적이고 연봉이 높은 '첫 직장'을 찾기가 힘들어지고 있기 때문에 젊은이들은 외로움과 소속감 결여로 고통받고 있다. 그래서 자신의 진정한 존재가치를 알지 못한 채 여러 가지 보형물을 만들고 사용한다.
<신경성 거식증과 병적인 과식증.>
마치 자기신체가 외부 세계를 통제하는 수단이나 되는 것처럼, 거의 정신이 나간 상태에서 감량에 또 감량을 거듭했다. 상태가 심각해지자 갑자기 부모님이 그녀에게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관심을 쏟기 시작했다. 그녀는 자신의 식습관이 방해받자 부모님의 관심에도 분노를 느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런 관심을 반겼다. 게다가 자기 문제를 새로운 화해 거리로 삼아 부모님의 관계가 회복되는 것처럼 보였다.
이런 장애는 극적인 보상을 시도하는 격렬한 형태의 수줍음으로, 이들 장애의 위험성과 메시지를 파악하려면 심리학자인 매리언 크룩이 그의 저서 '바디이미지 트랩' 에서 했던 질문을 던져야 한다. (생략) 저자는 신체와 미에 대한 사회의 가치판단이 마르고자 하는 강박적인 태도를 키운다고 주장했다.
수줍음은 성 문제에 있어서 훨씬 더 치명적이다. 수줍음의 여러 형태인 정숙, 수치, 죄책감, 비난 등이 도덕률과 터부라는 명목으로 부과되기 때문에 결국 기능 장애를 유발한다. 수줍음에 따른 문제는 주로 여서이 떠맡아야 하지만 문제의 특성상 남성 또한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남성에 있어서 수줍음의 형태는 노출에 대해 고상한 척하는 '보수주의자'부터 '플레이보이'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이때 섹스는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 혹은 자신을 입증하는 필수 요소로 기능한다.
수줍은 사람 가운데는 유혹에 매우 능숙한 사람도 있다. (생략) 수줍은 사람들은 그저 유혹에 성공했다는 데 만족해한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성공을 기록하는 것뿐이다. 하지만 관계를 지속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관계를 지속하면 사이가 너무 가까워져서 수줍음이 발각되기 때문이다. 유혹하는 수준을 넘어서서, 자신이 가치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확인하는 수단으로 수줍음이 사용되기도 한다. (생략) 결국 자신의 본질이 탄로 날까 봐 두려운 것이다.
사회관계, 가족관계 그리고 무엇보다도 남성과 여성 사이의 심리적인 관계의 변화로 인해 오래된 남성의 원형이 쇠퇴했다. 그러면서 성행위에서 남성의 수줍음이 새롭게 부상하게 되었다. 자기 존재가치에 대한 불안이 엄습하면서, 남성은 자신이 신화에 합당하게 행동하고 있음을 증명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몇 가지 방법을 모색한다. 불행하게도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도 있지만, 전통적으로 가장 널리 사용하는 방법은 자기 가치를 성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성관계의 전제는 감정의 고양과 쾌락의 교환이다.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며 사는 방법 찾기
& 현재 느끼는 불안의 원인을 찾기 위해 유아기의 기억을 여러 번 떠올리는 것.
=> 그런 후에 수줍음과 더불어 살 수 있다는 사실을 점차 깨닫기
=> 자신의 수줍음이 가진 특성 또한 인식하기
오르가슴을 느낄 수 없어서 치료를 받으러 오는 여성들 중에서, 쾌락 자체보다는 스스로 불완전한 존재라고 느끼는 증상을 호소하는 여성들이 많다.
오늘날 많은 젊은이들은 애정결핍과 삶의 길잡이가 되어줄 가치의 불안정으로 고통받는다. 부모에게서조차 적절한 역할 모델을 발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 자신의 성 정체성을 포함해 자기 존재의 불확실성이 증폭되곤 한다.
수줍은 사람들은 파트너가 보고 있는 앞에서 자신을 통제해야 하기 때문에 훨씬 더 불안감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종종 보형물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수줍은 사람들은 삶을 공유하는 사람에게조차 자신의 약점을 공공연하게 내보이기를 두려워하는 것이다.
부부 & 연인 관계
1. 수동적 의존형
서로 파트너에게 헌신하는 사람들. 사회적 의무를 다함.
이들은 자신의 필요에 귀 기울이기보다 파트너의 눈치를 살피고 그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을지 노심초사한다. 그래서 수동적 의존형의 사람들은 흠잡을 데 없는 행동을 통해 파트너로 승인받기 위해서 가정적인 형태의 보형물을 주로 사용한다. 그 물론 그들에게는 수줍음으로 인한 일련의 희생이 따르기 마련이다. 또한 전문가의 눈으로만 감지할 수 있는 공격성을 갖고 있다.
2. 능동적 의존형
부지런하고 믿음직하다. 이들은 감정을 굉장히 억제하기 때문에 고통을 겪는데 그 까닭은 자신이 드러난 애정을 거부당할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이들의 보형물은 부지런하게 움직이는 것이다. (생략) 동기는, 사명감과 같은 긍정적인 요소가 아니라 상황을 통제해야 한다는 '강박'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자기 주변에 보호막을 치는 경향이 있는데, 이런 경향은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한다. 지나치게 능동적이고 주도적인 남성, 그리고 삶의 모든 측면에서 여주인공처럼 행동하는 여성은 능동적 의존형 가능성이 높다.
3. 수동적 독립형
그들은 외견상 파트너에게 의존하지 않는다. 그들은 거의 갈등을 일으키지 않고, 자신이 지나치게 개입하는 일 없이 파트너가 제안하도록 맡긴다. 그래야 비난을 비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자신의 감정을 억제해서 독립성을 유지하고 방어하는 경향이 있다. (독립적인 공간을 고집함. 아닌척하지만 진정한 관계를 피하려는 의도.)
4. 능동적 독립형
이들은 용기와 포용력이 있고, 관계를 창조적으로 이끌어간다. 감정적으로 자유로워서, 개인적인 공간과 자유를 추구할 때도 파트너를 잃을 것에 대해 지나치게 두려워하는 법이 없다. (수줍음이 덜하고 불안감이 낮으나 긴장감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음.)
<수동적 의존형(남편) + 능동적 독립형(아내)>
능동적 독립형인 그의 아내는 사실 마음속으로는 그다지 개의치 않으면서도 남편 대신 자신이 모든 결정을 내려야 하는 것에 대해 불평했다. 자신이 결정을 내릴 때, 남편이 능동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맡는 일이 없다고 투덜거렸다. 그는 아내의 자질을 강조하면서, 아내를 믿었기 때문이었다고 자기 행동을 합리화했다. 아내는 실수하지 않을 것이고, 설사 실수를 하더라도 자신보다 훨씬 잘 대처할 것이라 주장했다. 이는 어떤 측면에서는 아내에 대한 사랑과 인정의 태도였지만, 절대 좋은 결과를 도출해낼 수 없었다.
사실 실패한 운동선수가 방관만 하고 있었던 것은 그런 고상한 까닭 때문이 아니라 실패에 대한 엄청난 두려움 때문이었다. 승인받지 못하는 위험성을 감수하기보다는 차라리 아내가 두 사람의 삶에 대한 통제권을 갖기를 원했다. 다른 한편으로, 그가 성장한 가정은 그가 자신감을 계발할 수 있도록 북돋아 준 적이 없었다. (생략) 아내는 남편보다 훨씬 부유한 가정에서 성장했기 때문에 그런 생활방식에 익숙했다. (생략) 아내는 종종 외박을 하기도 했다. 그는 아내가 자신의 관용을 고마워해주기를 바라면서도, 아내가 다른 남성과 사랑에 빠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기 시작했다.
사실 능동적 독립형인 그의 아내는 바람피우는 일 따위는 생각해 본 적도 없었고, 비록 남편의 소심한 태도가 미덥진 못했지만 여전히 남편에게 커다란 애정을 갖고 있었다. 우리는 상담을 통해 두 사람이 느끼는 의사소통의 어려움을 해결하고 자기감정을 표현하기 꺼려 하는 그의 태도를 해결하는 데 오랜 시간을 들였다. 결국 그는 자신의 재정적인 우려와 직장에서의 문제점에 대해 아내에게 말할 수 있게 되었다.
* 다른 커플형도 있었는데, 우리 집은 이게 맞는 거 같아서 이것만 추렸어요. 책을 찾아보시면 다양한 유형 조합이 있습니다.
* 커플 사이의 공격성
: 이때의 공격성은 명칭과 달리 공격 반응이 아닌 방어 반응이고, 학대적인 특징이 아니라 복종의 변형이다. 파트너 사이에서 발생하는 공격성은 여러 가지 형태의 불안과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
1. 통제하지 않으면 불가능해져서 위협적 존재가 될 파트너를 통제하기 위한 공격성.
1-1 자신의 감정의 누그러뜨리지 못하는 무능력의 표본. 어떤 건설적인 비판도 참을 수 없어한다. 자신의 관점을 일관성 없이 강요함으로써 의사소통을 차단하는 등 파괴적인 경향을 띠는 경우가 많다.
* 공격적 행동이 반드시 물리적 폭력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주먹을 휘두루지 않아도, 크게 소리를 지르지 않아도 얼마든지 공격적이 될 수 있다. 파트너가 기대하는 것을 무시하는 등의 냉정하고 초연한 목소리만으로도 충분히 공격적일 수 있다. 성적 흥분된 파트너를 보며 회피하는 것도 마찬가지.
2. 자기 모습을 드러내기 두렵고 비난이 두려워서 공격성이 억압되는 경우
2-1 커플로서의 관계가 깨질까 봐 정당한 자기표현을 하지 못하는 형태의 공격성이다. 그들은 수줍음을 위장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공격성 또한 억제하고 위장한다.
수줍음...!
치료하기보단 소중히 다루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