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내 인생에서 제일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하나님이 아닌 게임이다. 게임의 매력에 대해 말을 하라면 다섯 가지 정도가 있는데, 첫 번째는 캐릭터가 예쁘다는 것. 두 번째는 그 캐릭터를 자랑할 수 있다는 것. 세 번째는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 (초보들 도와주는 편) 네 번째는 현실에서 할 수 없는 하늘을 날아다닐 수 있다는 것. 다섯 번째는 대화를 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친화력이 없는 나로서는 게임 내에서 그룹 활동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데 이 게임도 같이 해야 하는 부분을 감수하면서까지 할 수 있었던 것은 대화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었다. 그들끼리의 대화의 흔적은 볼 수 있지만 대화는 물론 캐릭터도 보이지 않아서 소외감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었다.
막상 얘기를 길게 적어보니 나 자신이 안쓰러워 보인다. 누군가와 어울리고 싶고 사랑받고 싶고 인정받고 싶은 그 마음이 갈 곳 없이 게임에다가 풀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어울리는 것을 하지 않기 때문에 나는 매일 그 큰 맵을 혼자 돌면서 아이템을 사기 위한 양작을 하고 있다. 양초에 불을 붙여가며 수십 개에 흔적을 남길 때면 지루함까지 느끼지만 그것들을 놓을 수가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아무 생각이 없어지고 싶었고, 또 아이템을 갖고 싶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죽이기 위한 총 아이템, 혹은 마력 회복 같은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닌 간단한 '치장' 그것 하나 때문에 이러고 시간을 몇 시간이나 허비하는 반복작업을 하다 보면 나 자신이 가끔은 부끄러워지기도 한다.
어느 곳을 봐야 하는지 또 어느 길을 가야 하는지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따르지 않는다는 것은 내 욕심 때문이다. 좋은 곳에 돈을 쓸 수 있음에도 내 먹을 것과 입을 것에만 신경 쓰며, 심지어는 그것조차도 아까워 돈을 묵혀놓는 나를 보면 하나님은 나에게 실망하시고 저주하고 계시진 않을까 그런 생각도 든다. 예레미야를 거쳐 에스겔을 읽다가 멈추면서 나는 내 모습을 자꾸만 되돌아보게 된다. 난 왜 이러고 있을까.. 멈추고 제자리로 돌아가 애써야 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잠을 포기하고 게임이나 다른 영상, 만화에 매달리는 이유는 도대체 뭘까. 분명 처음 시작은 '하나님을 우선으로 두고 나머지 것들은 하나님이 주신 것이니까 적당히 하면서 즐겁게 살자, 마음을 그곳에만 쏟지 말자'였는데. 어느샌가 그 틈을 타고 든 마귀가 내 순서를 뒤섞어버렸다.
하나님을 사랑하고 싶다고 하면서도 내 정욕을 위해 온 힘을 쏟고 남의 것을 부러워하며 하나님이 주신 잠까지 포기하고 열중하는 내 모습이 부끄럽고 참 밉다. 앞으로의 길을 어떻게 걸어가야 할지 걱정도 된다. 나는 내가 죄를 짓고 살아가면서 하나님이 나를 치실까 두려워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그 안일함에 이러고 사는 것 같다.
<10/14 퇴근 전에 쓴 글.>
'짧은숨' 카테고리의 다른 글
10_21 (0) | 2020.10.21 |
---|---|
百難之中 (0) | 2020.10.16 |
그간 있었던 일들. (0) | 2020.09.21 |
09_13 (0) | 2020.09.13 |
나의 힘과 하나님의 힘. (0) | 2020.09.12 |